대선에 걸린 10만장… 그 많던 선거 현수막들은 다 어디로 갈까

언론보도

[조선일보] 대선에 걸린 10만장… 그 많던 선거 현수막들은 다 어디로 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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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실가스 주범 현수막 철거 이후 추적해보니 


“후보 얼굴은 되도록 가방 안감으로만 써요. 누구나 맘에 들어야 하니까요.”

지난 16일 서울 강북구의 한 재봉 작업장. 길거리에 걸려있던 선거 현수막이 작업장 한편에 성인 남성 키만큼 쌓여있다. 현수막들은 사회적기업인 이곳 ‘나그네 다문화센터’에서 ‘에코백’으로 변신한다. 베트남 출신 근로자 느티멘(42)씨는 “선거 현수막은 질겨서 천이 울지 않아 재봉하기 수월하다”고 했다. 현수막을 가로 35cm, 세로 40cm로 재단하고 몸통 바느질, 끈과 단추 달기를 마치면 15분 만에 에코백 하나가 만들어진다. 하지만 선거에 쓰인 현수막 중 이렇게 새로운 쓰임을 갖는 건 극히 일부다. 대통령 선거 기간에 걸렸던 그 많은 현수막은 어디로 가는 걸까?

서울 강북구에 위치한 사회적 기업
서울 강북구에 위치한 사회적 기업 '나그네 다문화센터'에서 폐현수막으로 '에코백'을 만들고 있는 모습. / 한준호 영상미디어 기자

◇현수막 10만장, 75%가 소각 위기

이번 대선에 쓰인 선거 현수막은 환경 단체 추산 10만5090장이다. 공직선거관리규칙에는 현수막 넓이 규격을 10㎡ 이내로 하도록 한다. 10m 길이의 현수막을 모두 이어 붙이면 롯데월드타워(높이 555m) 1893개를 세운 높이와 같다. 지난 2017년 19대 대선 때 쓰인 5만2545장의 두 배다. 선거법상 현수막 게재가 읍‧면‧동마다 ‘1장’이었던 것이 2018년 ‘2장’으로 개정돼 이번 대선 때 이용된 현수막이 2배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현수막 외에도 종이로 된 선거공보물은 4억부가량이다.

현수막은 선거가 끝나면 ‘지체 없이’ 철거 대상이 된다. 현수막을 떼는 1차 책임은 정당에 있지만, 며칠이 지나도 방치될 경우 관할 지자체가 책임을 떠안게 된다. 강호성 중앙선관위 언론팀장은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선거일 후 지체 없이 이를 철거해야 한다고 규정돼있다. 개별 정당에 철거를 해달라고 안내도 했지만, 남아있는 현수막은 관할 지자체가 담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강북구청 광고물정비팀 박영규 팀장은 “이번 선거 때 현수막 물량이 많기도 했고, 선거 뒤 방치되어 있다는 민원도 들어와 대선 직후부터 인력을 총동원해 관내에 있는 현수막 약 400개를 철거했다”고 말했다.

철거된 현수막도 문제다.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당시 쓰인 현수막의 75%는 소각됐다. 플라스틱 합성섬유인 현수막을 소각하면 다량의 온실가스와 발암 물질이 배출된다. 재활용‧소각 전문 업체들도 현수막 받기를 꺼린다. 서울 용산구의 한 소각업체 관계자는 “생활 폐기물 다 태워도 선거 현수막은 안 받는다. 구청에서도 개별 업체에 현수막 소각 허가를 내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서울 금천구 폐기물 수집업 관계자도 “현수막 천도 문제지만 인쇄된 잉크는 태우는 과정에서 중금속이 배출된다. 주로 서울 외 경기 지역에 있는 전문 소각장까지 가져가서 처리한다”고 말했다.

◇우산, 장바구니로 재활용도

소각되지 않는 나머지 현수막들은 어디로 갈까. 전국 지자체들은 소각하지 않고 ‘새활용(업사이클·up-cycle)’하기 위한 아이디어를 냈다. 장바구니, 모래주머니부터 우산이나 고체 연료로 활용하는 곳도 있다. 행정안전부 김흥렬 사무관은 “선거 후 현수막 물량이 급격히 늘어날 것을 대비해서 지자체를 대상으로 재활용 사업 공모를 냈다. 2020년 말 기준으로 현수막의 14.1%를 소각하지 않고 재활용했는데, 재활용 비율을 50% 이상으로 높이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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